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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리 - 5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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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림>1


박 대리의 집안에 내력이 하나 있다. 그건 다름 아닌 첩 내력이다. 고조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아버지까지…. 아마 박 대리가 고등학교 다닐 때였을 거다. 어느 날 집에 들어가자, 누나로 부르기에는 나이가 많고 어머니뻘이라고 보기에는 나이가 적은 듯한 얼굴의 아줌마가 아버지와 함께 집으로 들어왔고, 품에는 강보에 싸인 갓난애가 하나 있었다. 그게 지금의 박 대리의 막냇동생 민선이고, 민선이는 아직도 고향에서 중학교에 다니고 있다.


아버지는 조그마한 사업을 하셨는데, 경리 아가씨를 건드려 임신한 모양이었다. 물론 몇 년을 그렇게 집안 망신시키며 부대끼고 살다가 그 아줌마는 아이를 두고서 다른 곳으로 가버렸지만….



"박 대리. 전화 받아봐."


"누군데?"


"몰라. 아침 시황 이야기하는 사람 바꾸어 달래."



전화기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여자였다. 그녀는 증시 시황 방송 잘 듣고 있다면서 투자에 대해 의논할 게 있다고 했다. 박 대리는 일반 고객을 대할 때처럼 사무실로 와서 자기를 찾으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며칠 뒤, 날씨가 완연이 봄을 알리듯 노곤해지는 오후 시간, 기지개를 켜는 박 대리에게 누군가가 앞을 가로막는다.


"박민성 대리님?"


"네…. 누구시죠?"


"전에 전화드렸던 강인희예요."


"아…. 네…. 이리 많으시죠."


그녀를 상담실로 안내한 박 대리는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금액은 자그마치 10억 원, 그 정도면 족히 VIP 고객 이상 수준이었다.



약간은 수수해 보이는 듯한, 그러나 어딘가 모르게 관능미가 흐르는 30대 중, 후반의 여인…. 옅은 화장을 한 그녀의 얼굴이 갑자기 고귀해 보였고 어딘가 모르게 기품이 흐르는 것 같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여성의 냄새, 암컷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런 여인이었다.



"고맙습니다. 저를 믿고 이렇게 맡겨주셔서…."


그녀에게 감사 인사를 마친 박 대리는 식사 대접 할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고 그녀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박 대리님. 혹시 고향이 어디세요?"


"네? 갑자기 고향은 왜요?"


밥을 먹다가 박 대리는 고개를 들어 인희를 바라보았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해서요."


그러고 보니 민성도 그녀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이었다.



"대전 근처 옥천이라는 곳입니다만…."


그 말에 그녀는 갑자기 표정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저…. 민선이 잘 있나요?"


"네? 민선이를 어떻게?"


순간 박 대리는 세상에 이런 일도 있나 싶었다.



"혹시 그때 그 작은…. 어머님…. 이세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님은 잘 지내시죠?"


"2년 전에 돌아가셨어요. 위암으로…."


그 말에 그녀는 큰 충격을 받은 듯 잠시 눈시울이 일렁거리고 있었다.



"돌아가셨다고요? 그랬구나…."


"네. 그리고 민선이는 고향에서 큰형과 어머님이랑 살면서 중학교 다니고 있어요"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리고 있었다.



"뭐 생각해?"


장대리가 툭하고 어깨를 쳤다.



"응? 아무것도…."


"낮에 찾아온 손님, 10억 예치했다며?"


"응."


"자식. 여복 많은 거는 여전하구나. 난 언제 그런 복이 터지냐?"


장대리는 부러운 듯이 말하고 지나갔다.


박 대리는 오후 내내 오늘 다녀간 작은어머니, 아니 민선의 엄마를 생각하고 있었다. 아버지 때문에 본의 아니게 인생이 바뀌어 버린 그녀를….



저녁에 퇴근한 박 대리는 갑자기 앨범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민선의 얼굴이 보고 싶다는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려고…. 그리고 작년 결혼식 때 찍은 비디오테이프를 돌려보면서 민선이 나오는 부분을 재촬영 하고 있었다.


"자기야. 뭐 하는 거야?"


어느새 샤워를 마치고 야시시한 잠자리 슬립으로 갈아입은 마누라 화경이가 노브래지어 노팬티 차림으로 옆에 앉아 박 대리의 바지춤으로 손을 넣고 자지를 주물럭거리고 있었다.


"아무것도 아냐. 그냥 옛날 생각이 나서…."


박 대리는 안 좋은 집안의 내력을 차마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주말이 다가왔다. 주말이지만 평소와 달리 박 대리는 외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자기야. 주말인데도 나가?"


"응. 오늘 고객들과 골프부킹 되어있어. 늦을 거야. 기다리지 마."


그녀는 그런 박 대리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박 대리를 배웅했다. 자주 고객 접대용으로 골프 치러 나갔고 자신의 친정아버지와도 자주 그래왔기에 그녀는 별생각 없이 남편을 배웅했다.



"와…. 이게 집이야, 성이야."


누군가의 집으로 들어서면서 박 대리는 놀라고 있었다. 경기 하남으로 조금 벗어난 전원주택단지…. 외부도 외부지만 내무는 정말 어리어리한 그 자체였다.


"어떻게 이렇게 돈을 많이 벌었지?"


박 대리는 연신 감탄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와. 박 대리…."


"네…."


그녀는 발끝까지 닿는 홈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화려한듯하며 심플하고, 심플한 듯하면서도 아름답고 우아한 홈웨어였다. 분홍색의 드레스 뒤로 두 가닥 매듭이 길게 이어져 그녀를 더 농염하게 만들고 있었고 깊게 파인 가슴 앞부분은 그녀의 가슴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졸라 섹시하네. 시벌…. 저래서 아버지가 건드린 모양이구먼….'


가정부인 듯한 여자가 차를 내어왔다. 이어, 박 대리는 조용히 민선의 사진들을 꺼내 놓기 시작했다. 사진을 보는 순간 그녀는 심하게 눈썹이 실룩거리며 하염없이 사진을 바라보더니 이내 손가락으로 민선의 얼굴을 쓰다듬고 있었다.


"우리 아기 아주 컸네…."


그녀의 단 한마디…. 다시 두 번째 말이 나오기까지는 한참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박 대리는 인희의 얼굴과 민선의 얼굴을 동시에 떠올리면서 닮은 점을 찾았고, 어딘가 모르게 닮은 구석이 많은 듯했다.



"그래, 아버님은 위암으로 돌아가셨다고?"


둘이서 나란히 데이트하듯이 정원을 거닐며 인희는 돌아가신 박 대리의 아버지에 관해 물었다.



"네. 재작년에…. 고향 선산에 모셨습니다…."


"그렇게 가셨구먼…."


그녀의 눈에는 촉촉한 물기가 흐르고 있었다.



"우리 술 한잔할까?"


다시 집안으로 들어 온 그녀는 양주를 꺼내 들고 있었다. 평소에도 술을 자주 마시는 듯, 그렇게 그녀는 자연스럽게 술자리를 만들고 있었다. 집으로 다시 돌아가려면 운전해야 하는 박 대리는 인희를 보고 차마 바로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어 함께 양주를 들이켜고 있었다.


"어떻게 이렇게 부자가 되셨어요?"


인희는 대답 대신 그냥 피식 웃고 있었다.



"남편 재산이야."


"네…. 아저씨가 뭔 사업하시는가 봐요?"


"재일교포야."


인희는 그 말을 하고서는 담배를 빼어 물었다. 그런 인희를 보며 박 대리는 그녀에게서 오랜 세월의 풍파를 느낄 수 있었다.



"나, 첩이야. 그 사람의 첩…."


그 말에 술잔을 들고 있던 박 대리의 팔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내 팔자가 그런가 보지 뭐…. 한때는 네. 아버지의 첩…. 이제는 재일교포의 현지처라고나 할까…."


그녀는 그렇게 또 피식 웃고 있었다.



인희는 말로는 아저씨가 재일교포인데 사업차 한국에 자주 오고, 그 사람과 그렇게 산 지가 벌써 10년 정도 되어 간다고 했다. 물론 일본에도 부인과 아이가 있었고, 그러다 보니 인희가 아이를 갖는 걸 싫어해서 줄곧 홀로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일본인 남편은 3개월에 한 번 정도 와서 보름 정도 있다가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고….


박 대리는 술이 어느 정도 되고 있었지만 인희는 그대로인 거 같았다.


이제 40대 초반의 여인…. 그렇게 홀로 평생을 살고 있는 여인이 갑자기 한없이 애처롭게 보이고 시작했다. 박 대리는 술김에 그녀의 어깨를 다정하게 감싼 채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도 그런 박 대리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너, 아버지 많이 닮았다. 하는 행동도 네 아버지를 닮았고…."


그러면서 인희는 살며시 웃음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박 대리는 지금 머릿속에서 본능적인 욕망의 피가 끓고 있었다.


그녀의 모습…. 넓은 가슴 사이로 보이는 그녀의 허연 젖무덤. 그리고 은은한 암컷 냄새와 향수 냄새에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였다. 박 대리는 용기를 내어, 아니 술 힘을 빌려 살며시 그녀의 어깨를 잡고 돌렸다.


"헉…."


그녀의 무려 익은 관능미와 요염함에 박 대리는 입에서 뜨거운 숨이 새 나오고 좆이 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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