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의 하루 -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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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실 소파 위의 정사 1
일방적으로, 한 선생은 통보를 마치고 전화를 끊어 버렸다. 숙의 머릿속에서 분노가 일었다.
'일방적으로 기다리라니…. 내가 왜 그 사람 말을 들어야 하지? 자기가 뭔데….'
기가 막혔다.
한 선생은 그저께 밤의 일, 숙으로서도 어쩔 수 없었던 한 번의 실수라 할 수 있는 사건을 통하여 마치 언제든지 숙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아무리 그에게 약점을 잡혔더라도, 그 한 선생이라는 자에게 모든 것을 허락한 건 아니야….'
숙은 그렇게 이를 물었다.
생각해 보면, 그날의 사건은 그저 술 마신 김의 실수라고 볼 수도 있었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자기 주변에서도, 또 대학 시절에도 그런 사건 - 남자 쪽의 실수건, 여자 쪽의 실수건 - 은 어느 정도 있었다.
비록 그 당시 당사자가 그녀 자신은 아니었다고 해도 가끔 그런 소문들은 들려오거나 했었다.
'괜찮아. 나도 그렇게 생각하면 돼. 비록 상대가 유부남이긴 했지만, 그건 그냥 그럴 수도 있는 일 중의 하나야…. 그리고 이번엔 내가 그걸 경험한 거야…. 단지, 운이 나빴던 거 뿐이야….'
갑자기 인적 없던 교무실의 미닫이문이 벌컥 열렸다.
그녀가 눈을 들고 보자, 들어서고 있는 것은 희었다.
"어머! 숙쌤님, 수업 없으세요?"
희는 조회 전의 모습처럼 깔끔하고 발랄한 모습이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서 숙은 왠지 자기만이 심각한 고민을 하는 것 같은 자괴감에 휩싸였다.
'그래, 그날 밤은 그날 밤이고 지금 희와 나는 분명 교무실, 직업상의 관계잖아….'그녀는 애써 태연한 척하면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 예…. 난 이따가 3교시부터예요."
"그러세요? 전 2교시부턴데, 지도서를 놔두고 가서…."
그러나 책상 위를 뒤져 지도서를 집어 든 희는 곧바로 나가지 않고 돌아서더니 털썩, 숙의 책상 위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다.
예기치 않은 그녀의 행동에 숙은 다소 놀란 눈초리로 희를 올려다 보았다.
그녀는 재빨리 교무실 안에 사람들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눈웃음을 치며 숙에게로 허리를 구부렸다.
"얼마 받았어요? 언니?"
흠칫, 숙은 놀랐다. 희 그녀는, 자기가 교장실로 불려 갈 때부터 눈치채고 있었던 거 같다.
"은 언니랑은, 저는 석 장씩 받았거든요. 물론 저는 교육감님한테 추가로 더 받았지만…."
숙은 순간적으로 당황하여 얼굴이 달아올랐다. 마치 돈 받은 것을 누구한테 용돈이라도 받은 것처럼 자랑하고 있는 그녀가 어처구니없었다.
"그, 그런 걸 어떻게…."
"괜찮아요. 은 언니도 다 아는데…."
이건 또 무슨 얘긴가.
"은 언니랑 이따가 못 구경하러 갈 거거든요. 숙 언니도 같이 안 갈래요?"
기가 막혔다. 그녀는 현기증에 이마를 짚고 책상 위로 고개를 숙였다.
"아, 아니야…. 나, 난 약속이 있어…."
"어머! 누구? 남자 친구요?"
숙은 두통까지 생기는 것 같았다.
이럴 수가…. 희는 지금 태연스럽게 남자 친구 이야기까지 하고 있다.
숙은 한숨을 내쉬었다. 대답할 말이 없었다.
한 선생과의 약속 아닌 약속이 있지만, 그걸 희에게 함부로 말할 수는 없었다.
"그, 그러는 희는 있어? 남자 친구…."
"후후…. 있긴 있어요. 대학 때 만난…."
어이가 없어 올려다보는 숙에게 희는 배시시, 미소마저 짓고 있었다.
말문이 막혔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교육관의 손아귀에 거리낌 없이 속살을 내맡기던 희의 모습과 누구일지는 모르겠지만, 남자 친구의 품에서 즐거워할 희의 모습이 번갈아 교차하였다. 도저히 상상이 안 되는 모습이었다.
"은이 언니도 애인 있어요. 서로 잘되면 결혼할 것 같던데…."
숙은 너무나 생각이 복잡해져서, 어금니를 깨물었다. 자기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
"어머! 가봐야겠다. 언니…. 그럼, 데이트 잘해요!"
희는 서둘러 교무실 문을 나서려 했다.
"자, 잠깐…."
어두컴컴한 교장실 안의 긴 소파…. 마 교장은 그 위에 최대한 편한 자세로 기대어 앉아 있었다.
교장실의 소파는 여느 것보다는 사뭇 달랐다. 엉덩이를 걸치는 부분이 깊숙이 들어가 있어, 마 교장 같은 말상의 사내가 앉아도 푹 파묻히는 모습이었다. 반은 침대라고 하는 편이 옳았다.
그 옆 테이블에서, 영이 마치 개인비서처럼 차를 타고 있었다.
익숙한 솜씨로 커피를 탄 그녀는 얼른 찻잔을 테이블 위로 가져다 놓고 마 교장의 옆에 착 달라붙듯 앉았다.
마 교장은, 스스럼없이 그녀의 어깨 위에 팔을 둘렀다.
"아까 그 강사 여선생, 뭐예요?"
"누, 누구?"
아무렇지도 않은 듯, 찻잔을 입가로 가져가며 그녀가 물었다. 마 교장의 눈썹이 꿈틀 움직였다.
찻잔을 내려놓으며, 여전히 영은 지나가는 말투로 추궁했다.
"조금 전에요. 이 앞에서 마주쳤는데…."
"아, 봤어? 심부름시킨 게 있어서…."
콧날이 오뚝한 미인 스타일이긴 해도 왠지 차갑게 날카로운 인상의 영은, 살포시 눈을 흘겼다.
"무슨 심부름요? 봉투 심부름?"
"아냐…. 왜, 내가 영이 대신 딴 여자 궁둥이라도 만질까 그래?"
"피…."
영은 코웃음을 치며 돌아앉았다.
"누가 알아요? 저도 다음 달이면 시집가는데?"
마 교장의 손이 뒤쪽에서 영의 엉덩이를 더듬어 올라갔다.
"허허…. 왜 그래? 내가 영이 시집갈 때 축의금 크게 낸댔잖아…."
정교사의 신분 탓일까. 다소 타이트한 투피스 정장의 감색 치맛자락을, 슬그머니 마 교장의 손이 걷어 올리고 있었다.
영은, 겉으로는 투정을 부리면서도 굳이 그의 손길을 막고 있지는 않았다.
"누가 알아요? 그래 놓고서 저 잘라버릴지…."
"어허. 누가 영이를 짜르나. 내가 가만있는데…."
그랬다. 이런 조그만 사립학교의 여교사는 결혼 하게 되면 스스로 사표 내는 것이 일종의 관행이었다.
"어멋! 아, 아침부터 왜 이러실까…."
마 교장의 손이 영의 타이트스커트 자락을 완전히 뒤집어 끌어올린 채 그녀의 허벅지를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아, 나 오늘 준비 안 했단 말이에요…."
언젠가 그때처럼, 허벅지 중간까지만 걸쳐진 밴드 스타킹 위로 그의 손이 더듬고 올라와 하얀색 레이스 팬티에 도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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