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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모르는 아내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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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로부터 1주일이 흘렀다. 지금 나는 아내와 아이들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열차 안이었다. 어두운 밤이기 때문에 밖의 경치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차창에 비치는 밝은 열차 안의 광경과 거기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만이 보였다.


그날에 본 DVD는 나의 인생을 미치게 만드는 것이었다. 평상시라면 아내와 아이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갔을 것이지만 지난 주말에는 돌아가지 않았다. 돌아갈 수 없었다고 하는 표현이 올바른 것인지도 모른다.


그 집이 추잡하게 느껴졌기 때문일까? 아니, 집에 돌아가면 더 큰 충격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서 일에 몰두했다. 그 전날에 본 DVD는 모두 가루가 될 때까지 조각내서 편의점의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런데도 생각나게 하는 DVD였다.



혹시 아내는 협박당해서 그런 일을 한 것은 아닐까? 다만, 그 여러 장의 DVD의 내용대로 아내가 장기간에 걸쳐서 그런 일은 계속해 오고 있는 것만은 확실했다. 그렇다면 곧바로 아내를 구하는 것이 남편인 나의 의무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는 내가 있었다.


DVD의 영상이 협박당해서 촬영한 것처럼 느껴지지 않고, AV처럼 느껴졌기 때문일까? 지금까지의 생활이 망가져 버린다고 하는 현실에서 도망치려고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역시 머릿속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게 스스로를 변명하고 있었다.


지난주 목요일에 보았던 DVD의 내용을 생각하면 내 가슴 속 어딘가에서 지금까지 느낀 적이 없는 감정이 솟아 올라온다. 사람이 살다 보면 누구나 수많은 고난과 마주치게 된다.



지금 내가 놓여 있는 상황도 그런 것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시간이 흐르면 기억이 희미해지고 그때의 감정과 분위기가 과거의 좋은 추억이 되는 경우도 많이 있다. 그러나 이번 일이 나의 미래에 큰 영향을 주는 것만은 틀림없었다.


몇 번이나, 몇 번이나 같은 것을 생각하는 와중에 겨우 마음을 가라앉히게 되었다. 아내가 사랑스럽다. 그것이 지금 나의 솔직한 감정이었다. 직접 아내에게 이야기를 듣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아직 상황을 모른다. 이야기하는 것으로 아내가 집에 돌아오지 않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적어도 아내는 이것을 나에게 숨기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이것을 눈치챘던 것은 차 안에 당당히 놓여 있던 DVD가 계기다. 설마, 일부러 나에게 보이게 해서 이별을 하려는 것은 아닐까? 모든 것이 걱정이었다.


역의 홈스테이비에 내렸다. 평상시라면 아내에게 마중을 부탁하는 장소다. 오늘은 마음이 무거웠다. 휴대전화에서 아내의 이름을 찾아 전화를 걸었다. 수신음이 울린다. 1번, 2번…. 받지 않는다. 어째서 받지 않는 거야? 무슨 일을 하고 있는거지? 머릿속이 점점 혼란스럽게 변해간다. 머릿속이 완전히 혼란해지기 직진, 아내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나, 지금 역에 도착했는데, 마중 나올 수 있어?"


음색은 평상시와 다름없다. 그렇다. 아내는 내가 DVD를 본 것을 전혀 모르는 것이다.



아내는 평상시 대로의 아내였다. 집에 돌아가는 차 안, 평상시대로 대화를 나누고, 집에서도 평상시대로 저녁 식사를 끝냈다. 여느 때처럼 사이좋게 담소를 나누면서, 사이좋게 TV프로를 보았다. 평상시와 다른 것은 나뿐이다. 나도 평소의 나로 돌아오면, 아무것도 없었던 일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서 소용돌이쳤다.


자정을 지났을 무렵, 침실로 향했다. 아내는 지금 욕실에 들어가 있다. 나 혼자 침실에 있는 상태다. 역시 여기에 오자 DVD의 내용을 떠올려 버린다.



부부의 침실. 여기서 아내는 내가 알지 못하는 남자의 남근을 입 안 가득히 삼키면서 봉사했다. 그리고 남자에게 범해졌다. 게다가 아내는 여기서 변태적인 의상을 착용하고 있었다. 한중간에 구멍이 뚫린 브래지어를 입은 채로, 유두를 노출하고 있었다. 그런 속옷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속옷은 보통의 주부가 입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남자의 취미일지도 모르지만, 아내는 그런 것을 착용하고 있었다.


세련된 속옷을 입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수수한 색의 속옷이 많았던 아내를 생각하면서 아내의 속옷이 들어가 있는 서랍을 열어 보았다. 서랍 안에서 아내의 속옷이 보였다. 잘 개어진 상태로 나란히 정돈되어 있었다.



아내의 속옷은 언제부터일까? 본 기억이 없었다. 잠옷을 벗게 해도 노브라 상태이기 때문에 브래지어는 볼 수 없었다. 내가 아내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브래지어를 한 장 꺼내 보았다. 평소 아내가 입는 브래지어였다. 그리고 그 이외의 브래지어는 본 적도 없었다. 거기에는 고운 빛깔의 세련된 브래지어가 7, 8벌 있었다. 멋에 무관심한 아내는 아니다. 요즘 유행에 상응하는 속옷이었다. 나는 아내가 어떤 속옷을 입고 있었는지조차 몰랐던 것일까? 서랍을 연 것을 들키지 않게 원래대로 속옷을 정리했다.


그때, 아래쪽에 조금 색이 진한 속옷이 보였다. 내 아내의 속옷에 두근두근해서 하면서 그 속옷을 손에 들었다. 조금 화려한 무늬의 보라색 브래지어였다. 두근두근해서 하면서 아래쪽에 있는 다른 속옷도 살펴보았다. 심장의 고동이 조금씩 빨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거기에는 빨간색과 검정색 등의, 마치 접객업의 여성이 입는 것 같은 색의 화려한 속옷이 여러 벌이 있었다. 이런 것까지 입는 것인가? 아내의 취향이 화려하게 변한 것일까? 아니, DVD에서 보았던 남자의 취향 때문에 이러한 속옷을 가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문득 아내의 속옷이 들어가 있는 서랍 안을 진지하게 보고 있는 내 자신을 깨달았다. 그때, 속옷과는 다른 둥글게 말린 물건이 나왔다. 옷감을 말아놓은 것 같았다. 그것을 풀어서 펼쳐 보았다. T 백이었다. 아내가 T 백과 같은 것을 입는 여자는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좀 더 안쪽을 뒤져 보았다. 안쪽에 무엇인가 딱딱한 것이 손끝에 닿았다. 그것을 꺼내 보았다. 바이브레이터였다. 심장이 펄떡펄떡 격렬하게 박동하기 시작했다.


보통 부부라면 남편이 아내의 속옷 서랍에서 바이브레이터를 찾아냈을 때 단순히 욕구불만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내에게 이런 취미는 없었다. 아내가 욕구불만이어서 이런 것을 숨겨놓은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었다. 바이브레이터와 함께 있던 것은, DVD에서 아내가 입었던 유두 부분에 구멍이 뚫려 있는 빨간색 브래지어와 그것과 세트라고 생각되는 성기 부분에 구멍이 뚫려 있는 빨간색 팬티였기 때문이다.


끈 모양의 팬티와 가슴을 가리는 면적이 극단적으로 작은 브래지어도 있었다. 입으면 끈 부분만 제외하고 어디도 숨기지 못하는 팬티, 겨우 유두만을 가릴 수 있는 브래지어. 아니, 수영복일까? 나를 완벽하게 DVD의 세계로 되돌리게 만드는 물건이었다.



아무것도 없었던 것 같이 속옷 서랍을 정리하고 침대에 앉았다. 텔레비전을 키고 심야의 스포츠 뉴스를 보았다. 텔레비전을 눈으로 보고는 있지만 아무 내용도 이해되지 않았다. 계단을 올라오는 아내의 발소리…. 문을 열고 침실에 들어오는 아내는 잠옷 차림이었다.



"아직 안 잤어요?"


나에게 물어보면서 침대에 올라와 눕는 아내. 나는 그대로 아내에게 몸을 실었다.잠옷 위로 유방에 손을 대어 비비기 시작했다. 아내는 그런 나의 손을 밀어내면서 말했다.



"미안해요. 지금은 그런 기분이 안 드네요…."


단번에 거북한 분위기가 되었다. 서랍 안에서 그런 것을 본 후, 아내에게 섹스를 거절당하는 나…. 내가 바보 취급당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미안해요. 좀 지쳐서 그래요. 그러니까 다음에…."


그렇게 말하는 아내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내가 나를 염려하는 듯이 말을 건네온다.



"당신, 요즘 일 때문에 바쁜 것 같아요? 지난주에도 일 때문에 오지 못한 것이죠?"


"응, 조금 트러블이 있었어."


나도 가능한 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래, 다음 주에는 온천에라도 가지 않을래요? 멀지 않아도 상관없으니까, 가끔은 가족 모두 쉬어요."


섹스를 거절당한 것보다 아내의 걱정이 기뻤다. 마치 내가 무시당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온천이라…. 그것도 좋을지도 모른다. 지금 제일 필요한 것은 가족의 원만함일 것이다. 정말로, 진심으로 안심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18-


아내와 딸, 마나와 함께 셋이서 여행을 떠났다. 아키히로는 친구와 놀 예정이라고 하면서 오지 않았다. 모처럼 가족 모두 가려고 생각했지만 이제 어린아이가 아니다. 부모와 함께하는 것이 싫은 것일까?


온천은 차로 1시간 정도 거리의 유명한 여관이었다. 가는 도중, 차 안에서 가족 3명이 즐겁게 대화를 나누며 관광도 했다. 유명한 신사에 가서 참배도 했다.


점심은 아내의 희망으로 장어구이 가게에 들어갔다. 현지에서 유명한 가게인 것 같다. 확실히 갓 구운 장어에 달콤한 소스를 바른 장어구이는 일품이었다. 여관에 가면 호화로운 저녁 식사가 기다릴 텐데 점심을 이렇게 호화롭게 먹어도 괜찮을까? 한 통에 2,000엔인 대나무 찜 밥도 먹었다.


그 후는 관광 명소인 폭포에 들렸다가, 저녁에는 여관에 도착했다. 여관에서는 온천에 들어가, 느긋한 시간이 흐르는 공간에서 신체를 달랬다. 밤에는 온천 마을에 가족이 함께 가서 여기저기 선물 가게를 구경했다. 아키히로에게 줄 선물을 고르면서, "이것, 괜찮은데?","저것도 좋아 보여."라는 식으로 마나와 노리코의 대화는 끊어지지 않았다.



여기저기 선물 가게를 돌면서 여러 가지 의논을 했지만 결국 선물은 사지 않았다. 아무래도 서로 의견이 맞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3명 모두 그런 시간이 무엇보다 가치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마나는 매우 기뻐하면서 잠자리에 들기 전에도 온천에 몸을 담그러 갔다.



"가끔은 이런 것도 좋군."


아내도 나의 말에 대답한다.



"네. 아이가 크면, 이런 시간도 가질 수 없겠죠. 앞으로도 가끔 여행을 가요!"


"하하하, 단지 여행을 가고 싶은 것은, 아니야?."


"여행도 좋지만, 나이를 먹어도 이렇게 사이좋은 부부로 남고 싶어요."


우리 부부가 이렇게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좀처럼 없었다. 부부 생활이 길어지는 것에 따라 서로 솔직하게 대화를 나누는 기회가 줄어든 것이었다.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야."


서로 웃는 얼굴로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그것은 부드럽고 따뜻한 공기가 흐르는 이상한 시간이었다.



"당신과 결혼해서 다행이에요."


불쑥 노리코가 온화한 어조로 말했다. 나는 부끄러워서 대답할 수 없었다. 하지만 마음속에서 자꾸자꾸 에너지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쭉 이렇게 행복한 가족으로 지내고 싶다.



모든 것을 잊고 순수하게 여행을 즐겼다. 노리코도 마나도 쭉 웃는 얼굴이었다. 오랜만에 가족의 따스함을 느꼈다. 나는 이것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해 온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아내에 대한 의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대로 원래의 생활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오늘 노리코의 얼굴은 정말 아름답고 사랑스러웠다. 나의 아내가 되어 주어서 고마워…. 노리코….



다음날은 선물을 산 다음 사파리 공원에 갔다. 노리코도 마나도 매우 기뻐하면서 창밖에 있는 동물을 구경했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까불며 떠드는 노리코, 노리코와 친구처럼 사이좋게 떠드는 마나. 사자가 있는 구역에서는 조금 두려워해야 했지만, 얼룩말의 구역에서는 차창을 열고 즐겁게 구경했다. 새끼 호랑이와 접촉하는 장소에서는 만면에 미소를 띠면서 포옹하고 있었다.


사파리 공원에서 나온 뒤에는 고속도로를 달려 집으로 향했다. 차 안에서 노리코와 마나는 푹 잠들어 있었다. 그토록 떠들어댔으니 지쳤을 것이다. 나는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아내와 딸이 마음껏 즐겨주었던 것에 진심으로 만족했다. 이렇게 즐거운 일이 있기 때문에 인생이 재미있는 것이다. 모두 고양된 기분으로 즐겁게 지냈다. 가족이기 때문에 더욱 알차고 멋진 시간을 보냈다.


저녁에 집에 도착했다. 1박 2일의 느긋한 여행이었다.  



"나도 같이 가면 좋았을 텐데…."아키히로가 부러운 듯이 말했다. 선물로 산 과자를 먹으면서 여행의 이야기를 했다. 나, 노리코, 마나, 아키히로, 이렇게 4명이 나의 자랑스러운 가족이다.



마나는 언젠가 시집을 갈 것이고, 아키히로도 언젠가 신부를 구해서 자립해 나가겠지. 나도 옛날에는 아이의 입장이었다. 어느새인가 어른이 되어 연애도 했다. 아내와 서로 사랑해서 결혼하고, 새로운 가족이 태어나 육아에 고생도 했지만 즐겁고, 감동도 받았다. 언젠가는 다시 2명으로 돌아올 것이다. 서로의 시간을 공유하면서 함께 늙음을 맞이할 것이다.


인생에서 제일 소중한 것, 그것은 가족이라는 것을 재차 느낀 여행이었다. 소중한 아이들, 소중한 아내, 내가 지켜야 할 것은 그것이다. 나에게 있어서의 행복은 그것이었다.



-19-


여행을 다녀온 다음 날, 기타큐슈의 직장에서 일을 하면서 문득 생각했다. 가족 여행은 정말 오래간만이었다. 아이가 자라남에 따라 가족이 함께 외출하는 것은 점점 줄어들어 간다. 그렇기 때문에 어제 다녀온 여행의 의미가 더욱 크게 느껴졌다.


아내는 어떻게 느끼고 있었을까? 아내에 대해서 용서한다거나, 용서를 할 수 없다거나 하는 식의 감정은 없다. 다만 아내가 지금까지 해 왔던 일이 있기 때문에 부부로서의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것만은 분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아내에 대한 불신감을 지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도 아내를 믿고 싶었다. 어제의 여행에서 보여준, 그 진심으로 웃는 얼굴을 보고 있으면 DVD 안이 다른 세계의 것으로 생각되었다.


진실을 알게 되는 것을 외면하려 하고 있기 때문일까? 진심으로 아내를 믿으려 하고 있는 것인지 내 자신도 알 수가 없었다. 아내가 예전의 아내로 돌아와 주는 것을 믿고 있다는 식으로 변명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좋았다. 지난주까지의 무거운 마음에서 해방된 기분이었다.



주말에 후쿠오카시의 집으로 돌아갔다. 여느 때처럼 아내가 마중을 나와 주었다. 집에 도착한 후, 아내가 준비한 요리를 먹었다. 왠지 아내의 행동, 표정 하나하나가 신경이 쓰였다. 그런 상태가 쭉 계속되었지만, 아무런 위화감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다음날, 낮에 아내와 딸이 쇼핑하러 나가자, 혼자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창밖에서 쏟아지는 기분 좋은 햇빛 때문에 가벼운 졸음에 몸을 맡기고 있는데 인터폰이 울렸다. 내가 있을 때 인터폰이 울리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아니, 매번 아내가 대응하고 있어서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인터폰의 화면을 보았다. 모르는 여자가 서 있었다.



"누구십니까?"


아직 머리가 멍해서 그런지 평상시의 목소리보다 조금 잠긴 목소리가 나왔다.



"저…. 아카사카라고 합니다…."


아카사카? 누구지? 근처에 사는 사람인가?



"아카사카 씨?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그러자 아카사카라고 자칭하는 여자가 말했다.



"저는 부인의 직장 동료인데, 부인의 일로 할 얘기가 있어서 왔습니다."


아내의 회사 동료? 아내를 찾아온 것인가?



"아, 그런가요? 아내가 매번 신세를 지고 있군요. 그런데, 지금 아내는 외출 중입니다."



아내는 나에게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아카사카라고 자칭하는 여자는 아내와 만나는 것을 약속하지 않고 온 것일까?



"저, 오늘은 부인이 아니고, 남편분에게 할 얘기가 있어서…. 그래서 부인이 없을 때 왔습니다."


나에게? 무슨 일로 나에게 할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지? 아내가 회사에서 무언가 실수라도 한 것일까? 그런데 아내가 외출하고 집에 없는 것은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이지? 머릿속에서 여러 가지 의문이 솟아올랐다. 우선 이야기를 들어봐야 할 것 같았다.



서둘러 외출준비를 하고 근처의 패밀리 레스토랑에 둘이서 들어갔다. 아카사카라고 자칭하는 여자가 일부러 아내가 없는 시간에 찾아온 것이라면 집에서 대화할 수는 없었다. 


그녀의 외모는 어깨에 닿지 않을 정도의 머리카락, 외형은 30세 전후, 이목구비가 뚜렷한 생김새로 세련된 화장을 하고 있었다.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그 여자와 서로 마주 보고 앉았다.


2인분의 냉커피를 주문하고 약간의 침묵이 이어졌다. 서로 무슨 이야기를 해야 좋을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아내의 동료가 나에게 할 이야기가 있다는 것은 아내의 이야기가 틀림없을 것이다. 그런 상황으로부터 오는 긴장감 때문에 이상한 감각을 느끼고 있었다. 패밀리 레스토랑까지는 각자의 차로 왔지만, 주차장에서 점내에 들어갈 때까지의 행동과 그녀와 했던 약간의 대화로 미루어 보아 언행이 부드러운 여성이라 짐작되었다.



"갑자기 방문해서 미안합니다."


갑자기 그녀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예의가 바른 여자라고 생각했다.



"괜찮습니다. 그것보다, 아카사카 씨라고 했지요? 아내의 일로 할 얘기라니, 무엇이죠?"


"네, 부인의 일입니다. 실은 이야기하기 어려운 일입니다만, 침착하게 들어 주세요."


묘하게 빙 돌려서 말하는 여자다.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하는 것은, 아내가 무슨 일을 저지른 것일까?



"실은, 부인에게 애인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나는 심장이 쿵 내려앉은 것 같은 충격에 휩싸였다. 아내에게 애인이 있다고? 이 여자,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무엇을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 것이지? 어떻게 남편인 나에게 그런 말을…. 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있었다.



"네?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군요."


"남편분의 기분은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입니다."


여자가 하는 말에 화가 치밀어 왔다. 그렇지만 애써 평정을 가장하면서 묻는다.



"그, 무엇을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 것이죠?"


"저와 부인은 같은 직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인한테서 직접 들었습니다."



"아내한테서 들었다고요? 어째서 아내가 당신에게 그런 것을 하나하나 이야기하는 것이죠? 게다가 아내는 결혼한 몸이라서, 그런 것을 말하면 동료들이 어떻게 보겠습니까? 그리고, 당신은 왜 그것을 남편인 나에게 이야기하러 온 것입니까?"



여자끼리 마음이 맞으면 비밀 이야기도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부인이 점점 깊은 곳으로 빠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래서 그만두라고 이야기해도 듣지 않아 저도 고민했습니다만, 남편분을 믿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부인이 저에게 자주 남편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아서 찾아온 것입니다."



머릿속에서 하나의 실이 연결되었다. 그 DVD는 아내의 바람기 상대가 찍은 DVD였단 말인가? 그것을 보물처럼 가지고 있었던 거야? 증거는 없지만 아카사키 씨에게 물어보면 될 거 같았다. 그녀가 더욱 확실한 증거를 알고 있을 거 같았다.



아내를 믿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이 일주일간이었다. 아내를 믿어도 될지 고민하고 있었지만, 점점 믿는 쪽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시간은 곧바로 지나가 버렸다.


지금 아카사키 씨에게 들은 이야기로 생각하지 않으려 하고 있었던 의심까지 단번에 분출해 왔다. 나에게 그것을 받아들일 마음가짐이 되어있지 않은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외면하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외면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계속 혼자서 고민하고 있었지만, 이제 객관성을 가진 여성이 생겼다. 그리고 계속 고민하고 있던 의심을 확고히 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렇습니까…."


"부인에게는 이것을 말하지 말아 주세요. 제가 남편분에게 말한 것이라서…. 남편분이 부인에게 따지게 되면…."


따질지 말지는 생각할 수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하겠느냐고 내 자신에 물어봐도 생각나는 게 없었다. 지금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패밀리 레스토랑의 점원이 주문한 냉커피를 가져왔다. 냉커피를 주문하고 나서 테이블에 놓일 때까지의 짧은 시간인데, 어째서 세상이 다르게 보이는 것일까? 냉커피가 담긴 유리잔의 표면에 흐르는 물방울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다시 그녀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부인에게 직접 이야기하지는 말고,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대해 주셨으면 합니다. 바람기 상대와 헤어지고 남편분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저도 부인에게 그만두라고 설득하고 있으니까, 남편분도 좀 더 부인을 끌어당기듯이…."


끌어당겨? 마치 나에게 매력이 없어서 바람피운 것이라고 하는 듯한 말투였다. 그렇다고 해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아내는 아카사카 씨에게 그밖에 또 어떤 것을 이야기했습니까? 그리고, 깊은 곳으로 빠진다는 것은 무슨 뜻이죠?"


"저도 그렇게 자세하게 알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상대와 여행에 가고 싶어 하는 것과 지금의 가족이 없었으면 어땠을 거 같냐고 말해주었습니다. 가족의 이야기를 즐거운 듯이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본인도 꺼림칙하게 여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꺼림칙하게 느껴져서 불필요한 말까지 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여행? 그 전화가 있었을 때인가? 친구와 여행을 가고 싶다고 말했었다. 그렇지만 안 된다고 말했고, 그리고 여행은 가지 않았다. 그래서 이 아카사카 씨에게 푸념한 것일까? 머릿속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습니까? 우선 가르쳐 주어서 고맙습니다. 나도 생각해 보겠습니다."


무엇을 생각한다는 것이지? 아내를 추궁해야 하는 것일까? 그렇지만 아카사키 씨의 말 대로라면, 그만큼 상대와 깊은 사이가 되어 있기 때문에, 아내가 그것을 제일로 여기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아내를 추궁할 수는 없었다. 아내가 떠나가 버릴지도 몰랐다.


내가 제일 바라는 것은 지금의 가정이 그대로 있는 것이었다. 가정이 파괴되어 버리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 문득 저번에 아내와 딸과 갔던 여행의 광경이 머리에 떠올랐다.그때, 아내의 즐거운 듯이 웃는 얼굴은 정말 오랜만에 본 얼굴이었다. 


그 웃는 얼굴, 결혼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에는 항상 보고 있었던 것 같았다. 이 일의 해결 방법은 거기에 있을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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