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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모르는 아내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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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밍키넷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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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그리고 1개월이 지났다. 아내는 5월 중순에 전직해서 새로운 회사에 근무하게 되었다. 일의 내용 등은 이야기로 전해 들었지만, 잘은 모른다. 주말에 집에 돌아가면 지친 얼굴을 하고 있다. 직장을 새로운 곳으로 바꾸었기 때문에 피곤할 것이다. 그때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금요일, 집에 돌아가자, 딸이 편의점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엄마는?"


"일이래요. 도시락 사 오자 마자 나갔어요."


"그래?"


"어? 아빠 몫은 없네요? 사는 것을 잊은 것 같아요."


"그래? 그럼, 밖에서 먹고 올까?"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서 들어간 회사다. 아내도 지금이 노력해야 하는 시기일지도 모른다. 그때, 현관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다녀왔습니다∼"


손에 편의점 도시락의 봉투를 가진 아내가 돌아왔다.



"내 몫도 있어?"


"네?"


"내가 먹을 도시락 말이야. 뭐, 없어도 상관없지만…."


"미안해요. 대신 이것 드세요."


"아냐, 잠깐 밖에서 먹고 올게. 타이밍이 맞았네. 차 열쇠 좀 줘."


"네, 다녀오는 길에 기름도 좀 넣어주세요."


그렇게 나는 밖으로 나갔다.



차로 5분 정도 걸리는, 약간 번화가의 정식 가게에서 저녁 식사를 끝마치고 주유소에 갔다. 최근에는 셀프서비스가 많아졌지만, 항상 가는 주유소는 변함없이 아르바이트생이 큰 소리로 차를 인도하고 있었다.



"가득 넣어줘."


그렇게 말하면서 연료 탱크의 뚜껑을 열자, 아르바이트생이 창을 닦기 시작한다.



아르바이트생이 자동차 앞 유리를 닦으면서 나의 얼굴을 힐끔힐끔 본다. 요즘 녀석들은 손님에 대한 예의도 모르는 것인가? 야릇한 웃음을 띠고 이쪽을 보고 있다. 요금을 지불하고 주유소를 빠져나왔지만 어쩐지 기분이 찝찝했다.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그것을 이야기하자 기분 탓일 거라고 말한다. 그렇게 딱히 신경 쓰거나 하지 않고 그대로 욕실로 들어가 샤워했다. 욕실에서 나와 거실로 향할 때 현관문이 열리고, 차 열쇠를 손에 쥔 아내가 들어 왔다.



"어디, 갔다 온 거야?"


"아뇨, 조금 전에 기분 나쁘게 웃었다고 해서, 차 안이 더러워서 웃는 건가 하고 청소 좀 하고 왔어요."


"하긴, 꽤 지저분한 것 같아."


웃으면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요즘 무언가 어색한 아내에 대해서 새롭게 시작한 일 때문에 그럴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날은 아내가 목욕하고 있는 동안에 먼저 침실에서 나는 잠들어 버렸다.



다음날의 아침, 어젯밤에 일찍 잤기 때문인지 8시에 깨어났다. 휴일은 언제나 10시쯤에 느릿느릿 일어나는 것이 일과이지만, 역시 일찍 일어나는 것은 기분이 좋다. 아내는 휴일이라도 아침 일찍부터 식사 준비를 하므로 9시에는 가족 모두 아침밥을 먹는다.


'피곤할 텐데 좀 더 자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아래층의 거실로 내려왔다. 그러나 아내의 모습은 없었다. 침실에 없기 때문에 분명 부엌에서 아침 식사를 만들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집 앞 청소라도 하는 것일까…. 텔레비전을 켜고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오늘 신문을 읽었다.



단신 부임으로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는 신문을 구독하지 않는다. 신문을 읽는 것은 집에 돌아온 토요일, 일요일 뿐이다. 신문을 읽는 와중에 가끔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현관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 아내가 거실로 들어온다.



"일어나 있었어요?"


"응. 어디 갔다 온 거야?"


"잠시 반상회 모임이 있어서요."


"아침부터 바쁘네? "


조금은 아내의 건강을 염려하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다만 솔직하게 그런 말을 할 수 없는 것이 나의 성격이었다. 아니, 세상의 남자들은 모두가 그럴 것이다. 언제까지나 천진난만한, 아이 같은 성격의 남자도 적지는 않을 테지만….



아침밥을 다 먹고 휴식을 취하려고 했지만, 담배가 없었다. 가까운 곳의 자판기까지 산책 겸 걷기로 했다. 날씨가 좋은 날이라서 아침 산책은 기분이 좋았다.


담배를 산 후, 조금 돌아서 집에 가기로 했다. 아침 일찍 산책하고 있는 사람은 자주 보지만, 역시 이 시간에는 나 혼자 밖에 없다. 대부분이 차다. 나도 그쪽의 인간이겠지. 조금 이상한 기분으로 있을 때, 문득 게시판이 눈에 들어왔다.



【 6월 9일, 아침 9시부터 반상회의 모임이 있습니다. 】


시계로 일자를 확인했다. 오늘은 6월 2일, 반상회 모임은 다음 주다.


아내는 조금 전 반상회 모임이 있었다고 했는데, 날짜를 착각한 것인가? 이상했다. 최근, 일 때문에 피곤해서 그런지 조금 멍해 보이는 느낌이다.

지금까지 일도, 가사도 빈틈없이 해오고 있던 아내가 최근에는 멍한 행동을 보일 때가 많다. 무엇인가 숨기는 것이라도 있는 것일까?



-7-


그날의 저녁 식사는 가족 모두 스키야키를 먹었다. 벌써 6월이라서 계절적으로는 맞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아내의 친정에서 고급 육이 보내져 왔다.


평일에는 항상 부임처의 아파트에서 혼자 식사를 하므로 그만큼 가족의 온기를 느낀다. 모두에게 계란을 풀어주면서 아내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번 주에 아키히로의 3자 면담이 있어요."


"그래? 제1 지망은 세이죠우 고등학교지?"


세이죠우 고등학교는 대학 진학률도 높고 현립(縣立)이기 때문에 돈도 적게 든다. 무엇보다 아키히로가 스스로 결정한 곳이다. 아들이 점점 어른이 되어가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시기다.



"응."


한마디밖에 대답하지 않는 것은 그야말로 요즘 아이라고 하는 느낌이다.



"그런데, 회사는 쉴 수 있는 거야?"


"네, 오후에 잠깐이니까 괜찮아요."


물론 아내가 따라가 주지 않으면 곤란하다.



일이 바쁜 것은 알지만 당연히 가정이 우선이라고 하는 것은 아내도 알고 있다. 3자 면담은 아이에게 있어서는 싫은 일이겠지만 부모에게 있어서는 선생님과 대화할 좋은 기회다.


아내와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나, 지금껏 행복한 가정을 쌓아 올리고 있었다.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자립하려고 하는 것을 보면, 이것이 행복인 것을 재차 느낀다. 그날은 조금 좋은 기분으로 보냈다.



그리고 2주일이 지났다. 집에 돌아가자, 아내가 미안해하는 표정으로 말을 걸어왔다.


"저기, 아키히로의 3자 면담, 못 갔어요."


그날은 아키히로의 3자 면담 당일이었다.



"못 갔다니…. 왜?"


"일 때문에…."


"일 때문에? 참석할 수 있다고 말했었잖아…."



심통이 난 듯한 아키히로의 이야기까지 듣고 나자, 나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아내는 학교에 어떠한 연락도 하지 않고, 그대로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간 것 같았다. 이것은 못 갔었다고 하는 것보다 잊고 있었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밤늦게 돌아온 아내에게 아키히로가 화를 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아내도 사과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미안해…. 선생님에게는 전화해 놓을 테니…."


"이제 오지 않아도 돼!"


결국, 아내가 학교 측에 사과하고 다음 주 월요일의 낮에 시간을 배정받게 된 것 같았다. 처음에는 화가 난다고 하기보다는 어안이 벙벙해졌지만, 아이들이 자신의 방에 돌아간 뒤에 이야기했다.



"이렇게 가정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일을 그만두는 편이 좋겠어."


"미안해요. 변명 같지만, 지금이 정말 중요한 시기라서요."


히로아키에게 있어서는 상당한 사건일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3자 면담 때문에 우울한 기분이었을 텐데, 모친까지 오지 않았으니 꽤 창피했을 것이다.


조금 전부터 쭉 미안해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면 반성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이보다 일을 우선시하는 것은 허락할 수 없다. 물론, 일도 소중하지만, 무엇보다 가정을 우선시하겠다는 약속으로 일을 시작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후, 월요일에 아내는 3자 면담을 했고, 히로아키의 기분도 풀린 것 같았다. 그 이유는, 3자 면담에서 한 계단 위의 고등학교를 노려보는 것도 가능하겠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들었기 때문이다. 주말에 내가 집으로 돌아와 저녁 식사를 하고 있을 때 히로아키가 말했다.



"한 계단 위의 고등학교, 노려볼까?"


한 계단 위의 고등학교라면 누나 마나가 다니고 있는 고등학교다. 같은 현립이다. 조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 우리 학교는 건물도 새것이고 깨끗하니까…."


마나가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나도 좀 더 노력하기로 다짐했다. 아이들이 장래에 행복한 인생을 걷게 해 주고 싶었다. 부모라면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내의 일에 대해서는 좀 더 너그럽게 대해 주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가정이 제일이지만, 가사와 회사 일을 동시에 해내고 있는 아내가 부담을 가지게 말하는 것도 사실이다.


단신 부임으로 가족을 볼 수없는 내 몫까지 노력해 주고 있다. 좀 더 내가 아내를 지탱해 주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았다.



그다음 주의 평일, 키타큐슈 부임처의 아파트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시간 보내기로 인터넷을 검색하고 있었을 때였다. 노리코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평소에는 이렇게 전화를 한 적은 없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일까? 전화를 받자, 상대편에서 뭔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몇 번이나 말을 건넸지만, 응답이 없다. 전화의 연결 상태가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중에 전화가 끊어져 버렸다. 불안해져서 노리코에게 다시 전화를 걸지만, 수신음만 울릴 뿐이고 연결이 되지 않았다. 노리코의 휴대전화 대신 집의 전화로 다시 걸어 보았다. 그러자, 마나가 받았다.


"엄마는?"


"아직 안 돌아왔어요."


밤 9시가 지났는데 아직 돌아가지 않은 것인가.


"밥은?"


"제가 만들어서 먹었어요."


"그래? 그럼, 엄마가 돌아오면 전화해 달라고 전해 줘."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1시간 남짓이 지났다..



10시가 지났어도 전화가 걸려 오지 않는 것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번 더 노리코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다. 몇 차례 수신음이 울리고 노리코가 받았다.


"여보세요?"


"미안해요. 조금 전에 급한 일이 있어서요….""아직 회사야?"


"네, 이제 집에 갈 생각이에요. 그런데, 저기…. 잠깐 할 얘기가 있어서 전화했었는데…."


"뭔데?"


"저기…. 이번에 여행 가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주저하듯이 물어 왔다.



"여행? 갑자기 왜?"


"전부터 가고 싶었거든요…."의미를 몰랐지만, 노리코 나름대로 가정에 신경 쓰는 것 같았다. 여행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 가계부 쓰는 것이 조금 괴로워질 수 있겠지만 생각해 볼게. 그건 집에 돌아가면 이야기하도록 하자."


"아니, 좀 달라요…. 친구와 여행 가고 싶어요…."


"친구? 언제?"


가족여행이 아니라 조금 섭섭했다. 그건 그렇고, 아내가 친구와 여행이라니…. 놀라웠다. 결혼하고 나서는 친구와 만나거나 놀러 가는 일은 거의 없다. 동창회라도 있는 것일까?



"다음 주 주말에 가고 싶은데…."


"다음 주라니? 지금은 시기가 좋지 않아. 일도 바쁘다면서 여행이라니…. 좀 더 생각해 봐."


"그렇죠…. 미안해요…."


그리고 전화는 끊어졌다. 



그러나 노리코도 요즘 일 때문에 바쁜 것 같다. 숨돌리기로 여행 가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왠지 노리코의 말투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스트레스 때문에 평소의 말투가 아닐까? 그날은 그렇게 잠자리에 들었다.



-8-


금요일, 집에 돌아가자, 이번에도 내 몫의 저녁 식사만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미안해요. 요일을 착각했어요. 간단한 것이라면 금방 만들 수 있는데…."


"됐어. 밖에서 먹고 올게. 차 좀 빌려줘."


그렇게 말하고 밖으로 나왔다.


속으로는 동요하고 있었지만,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다. 말로 표현하는 것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화가 났다. 여행 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던 것을 화내고 있는 것일까? 여자는 이런 점이 싫다. 자기중심적인 생물이다.



차 문을 열고 탑승했을 때 문득, 위화감을 느꼈다. 아내의 차에 탑승할 때는 매번 운전석의 좌석이 좁아서 조금 당겨놓는데, 오늘은 간격이 넓었다. 오늘 아내가 운전했을 텐데…. 혹시 남자가 운전했던 것일까? 설마….


의혹을 느끼면서도 정식 가게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차에 탑승했다. 아무 생각 없이 차의 라디오를 켰다. 그러나 수신 상태가 나빴다. CD라도 들을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CD 케이스를 열었다. 안에 10장 정도 CD가 들어가 있다.


원래 음악을 좋아하는 아내다. CD에 가수 이름이라도 쓰여있지 않을까 하고 봤지만 어두워서 잘 안 보였다.


우선 맨 위에 <1>이라고 쓰여 있는 CD를 넣고 재생해 보았다. 그러나 재생되지 않았다. CD에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것일까? 생각하고 2장째를 넣어 보았다. 그러나 재생되지 않았다. 왠지 귀찮은 조짐이 보여 실내의 빛을 밝혔다.


"역시…."


2, 3장의 CD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DVD였다. 그렇지만 왜 DVD를 차 안에, 그것도 숨기듯이 넣어 두었을까? 에로 DVD라도 숨겨 놓은 것일까?

왠지 모르게 두근거려지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대로 집에 갔다.



아내가 목욕하고 있을 때, 차에서 가져온 <1>의 DVD를 침실에서 PC에 삽입했다. 내심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서두르지 않으면 아내가 욕실에서 나와, 들켜 버릴지도 모른다는 초조감 때문이었다.


왠지 모르게 DVD의 내용이 기대되었다. 보통의 영화라도 상관없었다. 그렇지만 반대로 에로 DVD라면….


재생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영상이 아니라 화상 파일이었다. 1개를 선택해서 재생해 보았다. 재생된 화상은 여성의 사진이었다. 분명하게 옷도 입고 보통의 모델과 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영문을 알 수 없는 화상이 더욱 흥미로웠다. 잇달아 화상을 넘겨 보았다. 허리나 다리 클로즈업, 거기에 가슴 클로즈업도 있었다. 물론 옷은 입고 있었다.


전신사진도 있었지만, 사진의 모델이 될 만큼 아름다운 여성은 아니었다. 보통의 주부로 보이는 여성이었다. 그런 사진이 100장 가깝게 들어가 있었다.


업무에 사용하는 화상인가? 그렇지만 무슨 업무로 사용하기에 이런 화상이 들어 있는 것인가? 다른 DVD에도 같은 것이 들어가 있는 것일까? 다른 DVD도 보고 싶어졌다.


그러나 DVD를 처음 보기 시작해서 벌써 15분 가깝게 경과하고 있었다. 슬슬 아내가 욕실에서 나올 시간이었다.


서둘러 차에 DVD를 되돌려 놓고, 거실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았다. 무슨 화상일까? 마음대로 봤기 때문에 아내에게는 물을 수도 없었다.

또 다른 DVD도 보고 싶어졌다. 그날은 왠지 모르게 설렘을 느끼면서 잠자리에 들었다.



-9-


다음날인 토요일과 일요일은 DVD를 보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궁금해도 봐선 안 되는 것이 있다. 보고 싶은 기분을 참기로 했다.



다음 주의 금요일, 오랜만에 아내가 역까지 마중을 나와 주었다. 운전은 아내에게 맡기고 집으로 향하는 도중, 아내의 휴대전화가 울었다. 운전 중이기 때문에 도로 가장자리에 차를 멈추고 전화를 받았다.



"네, 네. 그럼, 내일이군요."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내일 친구가 온다는데 만나러 가도 되는지 묻는다. 술도 한잔하고 온다고 했다.



다음날, 오전에 아내를 배웅했다. 아이들도 아침부터 외출한 상태다. 집에 혼자 남겨지자, 재차 DVD에 신경이 쓰여다. 지금이라면 얼마든지 볼 수 있었다. 물론 그것은 아내에게 허락받지 않고 보는 것이기에 죄책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이라면 발각되지 않고 볼 수 있을 거 같았다.


결국 차에 가서 DVD를 가져와 버렸다. 전에 본 것은 <1>이라고 쓰여 있는 DVD였다. 오늘은 <2>부터 보기로 했다.


DVD를 손에 들어 플레이어에 삽입했다.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재생 버튼을 눌렀다…. 저번과 마찬가지로 화상 파일이었다. 첫 번째 파일을 클릭했다.


거기에 비친 것은 수영복의 여성이었다. 얼굴을 보면 전에 본 DVD와 같은 여성으로 보였다. 전에 본 것은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이었지만, 이번은 수영복이었다.


나이가 젊지는 않지만, 스타일은 좋았다. 정말로 무슨 일에 쓰이는 것일까? 일단 100장 정도 있는 파일을 대충 훑어보았다. 포즈가 미묘하게 바뀌고 있지만, 같은 수영복에 같은 여성의 사진뿐만이었다.


혹시 <3>에서는 수영복까지 벗고 있는 것은 아닐까? DVD에 화상을 100장 정도씩 넣은 것은 그 나름대로 나누고 있는 것일까?


DVD <3>을 재생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동영상 파일이 1개 들어가 있었다. 그것을 재생해 보았다.


거기에는 조금 전과는 다른 여성이 비추어지고 있었다. 호텔인가? 하얀 침대에 앉아 있는 여성이 화면에 비치고 있었다. 얼룩무늬가 있는 옷을 입고 있는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이었다. 카메라맨인 듯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자, 거기에 맞추어 여성이 포즈를 취했다.



"슬슬, 벗어야지?"


남자의 목소리가 났다. 그러자 여성은 입고 있던 원피스를 벗고 속옷 차림이 되었다. 그리고 속옷을 마저 벗어버리고 전라의 상태에서 여러 가지 포즈를 취하면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AV 촬영일까? 무엇일까? 도대체 무슨 DVD인 것일까? 누군가가 찍은 영상을 파일로 DVD에 저장한 것이겠지만, 어째서 그것을 아내가 가지고 있는 것일까….촬영이 끝났는지 화면은 호텔의 벽을 비추고 있었다. 그러는 데도 나의 그곳이 발기해 버렸다.



보통 AV가 아닌, 오히려 AV를 편집하기 전의 영상 같은 느낌이었다. DVD <4>와 <5>는 패스워드가 걸려 있어서 볼 수 없었다. DVD <6>을 재생했다.


마찬가지로 여성이 비추어지고 있었지만, 그 얼굴을 보고 아연실색했다. 지금까지 본 DVD처럼, 호텔 방에서 아내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심장 박동이 격렬해지고 가슴이 답답해졌다. 마치 방의 공기가 없어진 것처럼, 숨 쉬는 법을 잊어버린 것처럼 괴로워졌다. 두근두근 맥박이 뛰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몸이 뜨거워지고 있었다. 당황해서 DVD의 정지 버튼을 눌렀다.


방바닥을 보고 있었다. 아무 생각도 않았다. 내가 무엇을 한 것인지도 생각나지 않았다.


어째서 아내가 DVD에 비치고 있는 것일까? 지금까지 본 대로 흘러가면 아내도 벗는 것일까? 이다음은 보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보지 않으면 안 되었다. 아니, 사실은 보고 싶은 것인지도 몰랐다.



그대로 타성(惰性)에 맡겨 화면을 계속 주시했다. 화면 속의 아내는 다른 DVD와 같이 카메라맨이라고 짐작되는 남자의 목소리에 맞추어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그리고 듣고 싶지 않은 말이 들렸다.



"이제, 벗어."


아내에게 옷을 벗으라니…. 그것도 반말로…. 어째서?


가슴이 아프다. 지금까지 쌓아 올려 온 것이 전부 무너지는 것 같은 감정이 덮쳐 왔다. 망연자실하게 화면을 보고 있는데, 아내가 윗도리의 버튼에 손을 가져가 하나하나 풀어 갔다. 고개를 숙인 채, 부끄러운 듯이….


"빨리 벗어!"


조금 강한 어조로 남자가 말했다. 아내는 깜짝 놀란 모습으로 재빠르게 버튼을 풀었다. 그리고 윗도리를 벗어 브래지어 모습을 카메라의 앞에 드러냈다.



"이쪽을 보면서 벗어!"


조금 전보다 더 강한 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AV라면 두근거려지는 장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은 AV가 아니다. 화면에 비치고 있는 것이 나의 아내이기 때문이다. 나의 아내이며, 아이들의 모친이다. 화면에 비치고 있는 아내가, 아내가 아니기를 빌었다. 혹시 매우 닮은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현실 도피를 할 수밖에 없었다.



-10-


화면에 비치고 있는 아내는 스커트를 벗어 옆에 있는 소파에 올려놓은 채 브래지어와 팬티 차림으로 가슴을 자기 팔로 숨기고 있었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고함이 PC의 스피커에서 울려 퍼졌다.



"손 치워!"


그러자 아내는 허리 옆으로 손을 내린 채 가늘게 떨고 있었다. 그대로 20초 정도 지났을 때, 카메라 쪽에서 아내를 향해 무엇인가가 날아 왔다.

물인 것 같았다. 투명한 액체였다. 그렇게 아내는 물벼락을 맞자 놀란 것처럼 말했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아내는 그렇게 말하면서 브래지어를 벗기 시작했다. 뒤의 훅을 풀고 있는지 양팔을 뒤로 돌리고 있었기 때문에 화면에는 아내의 브래지어가 전부 노출되고 있었다.


훅을 풀고 어깨끈을 내렸다. 그리고 브래지어를 손에 들어 스커트 위에 두었다.



노출된 유방을 가리려 하지도 않았다. 조금 전 주의를 받았기 때문인지, 가리려 하지는 않았지만 부끄러워서 견딜 수 없는지 머리를 조금 아래로 숙인 채 아내는 팬티에 손을 가져가 단번에 팬티를 벗었다.


아내의 음모가 화면에 노출되었다. 카메라 뒤에 있는 남자에게도 보일 것이 틀림없었다.



'아내를 닮은 여자인 것일까? 그렇지만 아내의 차에 있던 DVD다. 역시 아내인가? 그런데, 이 남자는 누구지? 어떤 관계지? 왜 아내는 이런 일을 하고 있지?'


의문이 가시지 않았다. 지금이 현실인지 아닌지도 헷갈렸다.



호텔 방이라고 짐작되는 장소에서 전라가 되어있는 아내. 그리고 그것을 비추고 있는 카메라. 화면의 아내는 알몸인 채, 얼굴을 왜곡시키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거 같은 얼굴이었다.



'어째서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아마 이 여성은 아내를 닮은 사람일 것이다. 나의 아내라고 하기에는 무언가 이상하다. 그렇지만 어떻게 봐도 아내의 치부를 드러내고 있는 영상이다.'



이 DVD를 처음 볼 때부터 솟아 올라오고 있는 의문에 대한 대답은 찾을 수가 없었다. 아니, 계속 보고 있을수록 이 DVD가 사실이라는 확신이 더해졌다. 조금 전의 죄송하다고 하는 음성도 분명 아내의 목소리였다.


더 이상, 아내의 이런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보지 않으면 무엇이 진실인지조차 알 수 없게 되어 버린다.


머릿속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뒤죽박죽되고 있을 때, 화면 속의 남자가 말했다.



"개처럼 엎드려."


그러자 화면 속의 아내는 자세를 굽혀 바닥에 양손과 무릎을 대고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 고정되고 있던 카메라가 잠시 흔들리는가 싶더니, 그대로 아내의 전신이 클로즈업되었다.


아내의 발가락끝에서부터 무릎, 엉덩이, 등, 그리고 가슴의 클로즈업, 그 후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아내의 전신을 핥는 것 같이 이동하는 화면…. 그대로 카메라가 아내에게서 멀어지다가, 남자가 위에서 아내를 내려다보는 형태가 되었다.

그리고 카메라가 바닥을 향했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남자의 다리가 비추어지고 있었다. 슬리퍼도 신지 않고 맨발로 서 있는 남자. 그 화면에 아내의 머리가 들어왔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면서 그대로 남자의 오른쪽 다리에 얼굴을 접근시키더니 개처럼 혀를 내밀어 핥기 시작했다.



"너, 벌써 잊었어?"


남자의 목소리다.


그러자 아내는 왼쪽 어깨로 머리카락을 모두 쓸어올렸다. 그리고 카메라에 잘 보이도록 하면서 남자의 발가락 끝을 핥기 시작했다. 엄지발가락, 발톱 사이, 그리고 엄지와 검지 발가락 사이를 열심히 핥았다. 남자의 발가락이 점점 아내의 타액으로 빛나고 있었다.  


남자의 한숨이 들려왔다. 카메라가 멀어지면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가방에서 무엇인가를 꺼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아직도 개처럼 엎드린 자세로 기다리고 아내에게 다시 다가갔다. 들리는 것은 가벼운 금속 소리뿐이었다.



호텔 방 밖에서 밝은 햇빛이 비치고 있는 걸 봐서는 그곳이 러브호텔이 아닌 시티 호텔처럼 보였다. 그렇지만 아내는 평일에는 일이 있다. 그렇다면 내가 집에 있을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아내가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카메라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화면이 아내의 엉덩이에서 얼굴로 단번에 이동했다. 아내의 얼굴이 비쳤다. 아내는 방금 전과는 분명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목에는 갈색의 개 목걸이가 채워져 있었고 거기로부터 끈이 연결되어 있었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남자가 반대 측의 끈을 잡고 있는 것인지 마치 산책하러 가는 개와 같은 모습이었다.


격렬하게 뛰고 있는 내 심장의 고동이 한층 더 빨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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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가 그대로 뒤로 물러났다. 늘어져서 곡선으로 되어 있던 끈이 조금씩 직선으로 변했다. 그리고 아내의 목걸이에 연결된 끈이 완전히 당겨졌을 때, 찰랑찰랑 방울 소리가 났다. 아내는 완전하게 개로서, 인간으로 다루어지지 않았다.


방울 소리가 울리는 것과 동시에 아내의 오른팔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끌리는 쪽으로 오른손을 내딛고, 그리고 왼손, 다리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포복 자세로 고개를 숙인 아내가 카메라를 향해 기어갔다. 기어간다고 하기보다는 끌려간다고 하는 것이 맞았다. 끈이 당겨지고, 목걸이에 그 힘이 전해질 때마다 방울 소리가 방 안에 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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