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의 하루 -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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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그녀들의 이야기 ①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알 수 없는 사내의 손길에 거침없이 내맡겨졌던 그녀의 속 살, 어린애들로만 생각했던 학생들에게 훤한 대낮에 망신스럽게 공개된 그녀의 부끄러운 부분…. 그리고 그 전모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한 선생…. 술집 접대부 같은 행위를 거리낌 없이 보인 동료 선생들….
수치스럽고, 이제는 가리려야 가릴 수 있는 그 무엇도 남아 있지 않다는 생각에 그녀는 어지러워졌다. 그런 그녀를 한 선생이 얼싸안다시피 끌고 가고 있었다.
"우리도 이제 어디 들어가자고."
"어, 어디로요?"
"몰라서 묻나? 차를 두고 갈 수는 없잖아? 근처에서 조금만 쉬었다 가야지."
쉬었다 간다…. 숙은 그 말에 순간 정신이 돌아왔다.
"무, 무슨 소리세요? 집에 가겠어요!"
그러나 한 선생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팔을 끌어당겼다.
"왜 이래? 여기까지 와놓고…. 너만 집에 들어가겠다는 거야?"
"다들 가셨잖아요, 왜, 왜 저만…."
갑자기 한 선생이 발걸음을 멈췄다.
"누구? 은이랑 희? 후후…. 그 애들이 집에 갔다고? 웃기는 소리 하고 있네. 다 알면서 왜 이래?"
설마 했던 예감이 현실로 확인되자, 숙은 다리의 힘이 빠졌다. 한 선생은 망연자실한 숙을 반강제로 골목길로 잡아끌었다.
"이것 봐! 그 애들은 벌써 수표 몇 장씩 챙겼다고!"
그 말에, 숙은 다시 정신이 들었다.
"그, 그래서 지금 어디로 데리고 가시는 거예요?"
"어허! 자꾸 이럴 거야? 알았어! 한 시간만 있다가 가자. 술 깨고 나오면 되잖아?"
"전 그런 여자 아니란 말이에요!"
"누가 뭐 어쩐댔나? 알았어! 그냥 조용히 있다가 술만 깨고 나오면 되잖아."
한결 부드러워진 한 선생의 목소리에 하는 수 없이, 숙은 그의 발걸음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 시간, 마 교장의 차는 다시 강북으로 달려 우이동의 한 골짜기로 접어들고 있었다. 그 뒷좌석에는 선생이 교장의 가슴팍에 붙어 있다. 그녀의 짧은 치마는 엉덩이 위에까지 올려져 있고, 한쪽 다리는 마 교장의 허벅지 위에 걸쳐져 있다.
"희 선생이 잘할까?"
"걱정하지 마세요. 걔가 이런 데 한두 번 나와 봤어요?"
"그래도…. 이번엔 큰 건이라고! 게다가 그년, 전에는 누구 모시라고 따라 보낸 적 없잖아."
"호호…. 교장 선생님은 저보다 희 선생이 더 걱정되나 보네요? "
마 교장은 그녀의 어깨에 한쪽 팔을 두르며 다시금 그녀의 무릎을 끌어당겼다.
"허허! 왜 이래? 누가 뭐 어쩐댔나? 우리 이쁜이…."
마 교장의 손이 그녀의 허벅지 사이를 타고 올라가 얇은 레이스로 가려진 가랑이 사이를 덮어씌우듯 어루만지자, 언제 그랬냐는 듯 은 선생의 입술 사이로 신음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아…. 교장선생님 왜 이래요…. 아직 차 안이잖아요. 아…."
모퉁이를 돌자, 숙의 눈앞에는 처음 보는 골목이 펼쳐졌다. 한적한 골목 어귀와는 달리, 길가 끝에는 휘황한 네온사인을 바탕으로 제법 큰 모텔
이 들어서 있었다. 숙은 이런 곳까지는 상상을 못 했었기에 약간 주눅이 들었다.
발걸음을 재촉하는 한 선생에게 그녀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여, 여기 들어갈 거예요?"
"왜? 마음에 안 들어?"
"아, 아니요…."
주차장 안에는 이미 외제 차와 국산 고급 승용차들이 가득 메운 채 늘어서 있었다.
"어서 옵쇼! 이쪽으로…."
익숙한 듯, 한 선생은 앞장을 서고 있었다. 숙과 한 선생은 종업원에 의해 2층으로 안내됐다. 조용한 복도를 지나서 방문을 열어주고 돌아설 때까지 웨이터는 그들에게 한마디의 말도 건네지 않았다. 심지어는 자고 가느냐, 쉬었다 가느냐는, 숙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음 직한 질문조차도….
"그럼, 좋은 밤 되십시오."
방안은 그녀가 상상한 것보다 더했다. 한번 꺾어져, 절대로 밖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 풍성한 침대가 놓여 있었고, 소파라든가 조그만 칵테일바 등은 거의 호텔 수준이었다.
엉거주춤 방 한가운데에 서 있는 숙을 내버려둔 채, 한 선생은 침대 가에 걸터앉아 인터폰을 들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는 곧 끊었다.
"뭐해? 앉아…."
그녀는 마지못해 방 한편의 푹신한 소파 끝에 엉거주춤 걸터앉았다.
"저…. 언제 나갈 거죠?"
"왜? 집에 전화라도 해야 해?"
"아, 아뇨."
숙은 억지로 태연한 척했다.
"후후…. 다 큰 처녀가 뭘…. 걱정하지 말라고. 나갈 때 되면 나갈 테니…. 참, 좀 씻어야겠구먼…."
문득 생각난 듯, 넥타이를 풀며 한 선생은 화장실로 사라졌다. 마치, 여기까지 따라왔으니, 네가 어쩌겠냐는 투였다. 그녀로서도 이제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황이다.
갑자기 방문에 달린 버저가 요란하게 울렸다. 숙은 화들짝 놀라, 소파 위에서 몸을 일으켰다.
"누, 누구세요?"
"룸서비습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룸서비스? 그녀가 미처 대답할 겨를도 없이 종업원이 방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웨이터의 두 손에는 맥주병과 안주 접시가 쟁반에 받혀져 있었다.
"저흰 주문한 적 없는데…. 그녀가
"아닙니다. 남자 손님이 방금 주문하신 겁니다."
여기서도 맥주를? 도대체 뭘 어쩌려는 거지?
숙은 웨이터 나가는 뒤를 쫓아 방문을 잠갔다. 종업원은 그녀를 묘한 시선으로, 아래위로 슬쩍 훑어보며 마치, 뭔가를 다 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그 시간, 희도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었다. 숙이 있는 방과 거의 흡사한 방안에서 그녀도 교육관이 샤워를 마치고 나오기를 기다리며 소파에서
초조한 듯 주문된 술을 홀짝거리고 있었다.
그녀의 핸드백 안에서 요란하게 떨리는 진동음이 울려 퍼졌다. 그녀는 얼른 가방 안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나, 교장인데…."
"예, 교장선생님…."
"잘 모시고 있나? 이상 없겠지?"
마 교장이 확인 전화를 한 것이다.
"교육관님은?"
"예, 지금 샤워하고 계세요."
그때, 잠시 소란스러운 소리가 나더니 목소리가 바뀌었다.
"희? 나, 은인데….""아, 언니!"
"잘해봐. 너 꽤 잘 물은 거 같은데…. 누가 알아? 팔자까지는 몰라도 제법 짭짤할지?"
희는 한숨을 쉬었다.
"모르겠어요. 나, 이런 거 처음이잖아…."
"처음? 진짜? 내가 다 아는데?"
"아니. 그런 거 말고…. 누구 따라온 거 말이야."
어느새 마 교장의 목소리로 바뀌어 있었다.
"그냥 그분이 시키는 대로 해. 경험 없는 건 아니잖아? 다 같은 거야. 교육관님이 하자는 것만 다 해주면, 나중에 내가 다 알아서 섭섭지 않게 해 줄 테니…. 알았지?"
"예…."
그녀가 전화를 끊자마자 샤워를 마친 교육관이 욕실에서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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